김경준 "BBK 재판, 상상 초월할 협박 있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입막음 보상조건도 제시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사건을 조작했다는 녹취록 파일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청와대와 검찰이 사건 처리 수위를 협의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오고 청와대와 총리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전면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감 중인 김경준씨의 증언이 불거져 나오면서 진상 조사 요구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2007년 당시 민주당 쪽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 쪽으로부터 입국을 권유받았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유원일(무소속)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여할 의향을 밝히면서 이번 총선에서 BBK 문제가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성향 신문들은 김무성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주목했다. 김 의원의 이번 선언이 새누리당의 탈당 러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 비박(非朴) 보수신당 동력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보수 세력의 분열조짐에 일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13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 행정관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국민일보 <항의받고 외교부 떠나는 주한 중국대사>
동아일보 <한국의원 팔목 비틀며 떠미는 제네바 북 대표부 직원…깜짝 놀란 박선영 의원>
서울신문 <중 "EEZ 중첩지역…담판으로 해결">
세계일보 <철새는 싫다(포토뉴스)>
조선일보 <이 대통령 "이어도는 당연히 한국 관할">
중앙일보 <한상대·조현오 밀양 사건 싸고 또 정면충돌>
한겨레 <"이영호 죽이면 안돼 평생 먹여살려줄게 이야기 하지 마라">
한국일보 <국회대표단-제내바 북 대사 충돌>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대화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증거인멸 윗선 검찰 수사 하나?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 파일은 지난 2010년 10월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 근처에서 최 전 행정관과 장 전 주무관이 만나 50여분간 나눈 대화다.
녹취록에서 최 행정관은 "(장 주무관이 입을 열면)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위증으로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 주무관은 "내가 상황이 무척 어렵다. 검찰 단계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그렇게 진술했지만 법원에서는 있는 그대로 말씀을 드려야 될 상황이지 않나 싶다"고 말하자 최 행정관은 "그렇게 얘기하면 검찰의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다 수사선상에 올라간다.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국정감사에서 말한 권(태신) 실장도 위증으로 걸릴 테고"라고 말했다. 그는 "자네 방식대로 가면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다른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했다.
최 행정관은 특히 "검찰에서 절절대면서 나에 대해 조심했던 게, 내가 죽으면(내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당장 사건이 특검에 가고 재수사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검찰도 알기 때문"이라며 "나는 무슨 죄가 있느냐. 나도 죽겠다. 이영호 비서관한테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저 사람을 여기서 더 죽이면 안되겠다는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2010년 수사 때부터 불법사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사실상 청와대와 총리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검찰 수사가 왜 강하게 진행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정황을 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최 행정관은 한 변호사에게 전화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장(진수) 주무관이 청와대에서 시켰다는 것을 발설하면 (재판에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최 행정관은 또한 장 주무관에게 "현대자동차 기획조정실장, 지금 부사장인데 그 사람이 자네를 취업시켜주기로 했어. 최악의 경우에. 현대자동차그룹에. 그럼 수용 가능하나?"라며 입막음 대가로 구체적인 보상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에 이어 4면을 털어 전면 녹취록을 공개했다.
지난 검찰 수사에서는 불법사찰에 대해 이인규 당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팀장, 원충연 조사관 등 총리실 직원들만 기소된 채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녹취록 파일에는 최 전 행정관이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이 (장 전 주무관뿐 아니라) 이인규, 김충곤, 원충연, 진경락이 다 있다"고 말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이 '윗선'으로 연결돼 있음을 암시해 재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향신문은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발언을 보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엉터리라는 점이 나타난다"면서 "2010년 수사 당시 총리실의 범행으로 결론내렸던 검찰로서도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 이상 재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12일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가 공개한 녹음 파일이라며 경향신문과 같은 내용의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서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을 먹여 살려 줄 테니 극단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캐시(현금)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최 전 행정관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장 전 주무관을 상대로 검찰 구형 단계에서의 선처와, 경제적 지원을 내걸면서 사건 은폐를 적극적으로 주문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겨레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이, 증거인멸의 '윗선'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녹취록 내용은)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대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재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BBK 사건 총선 핵심 쟁점 될까?
BBK 사건도 이번 총선에서 다시금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김경준 BBK 투자자문 전 대표 이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설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1면에서 구속 수감 중인 김경준 전 대표가 유원일(무소속) 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단독입수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BBK 주가조작의 핵심 당사자로 알려진 김경준씨(왼쪽)와 지난 2007년 대선 후보시절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에서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밝히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편지에서 김씨는 "저는 검찰 개혁 등을 위해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할 의향이 있다"며 국정조사 이유에 대해서 2007~2008년에 이뤄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많은 회유와 협박이 있어 진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는 그간의 주장을 법정에서 뒤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누나(에리카 김 변호사)와 처(이보라씨)마저 국제범죄인 인도청구를 통해(한국으로)끌어온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협박"이 있었다며 "처마저 이렇게 되면(홀로 남을) 딸 걱정"에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2007년 당시 민주당 쪽이 아니라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쪽으로부터 입국을 권유받았다는 김씨의 증언에 대해 "박 후보 쪽의 접촉이 사실이라면, 당시 이명박 후보의 반대편에 섰던 한나라당 인사가 '기획입국' 공작을 꾸몄는데도 엉뚱하게 민주당에 뒤집어씌운 꼴"이라며 "기획입국에 친박 인사들이 관여했다면 박근혜 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서울신문도 사설을 통해 "김경준 BBK 대표의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김씨의 '기획 입국'은 대통합민주신당 측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박근혜 후보 측에서 요청했다는 주장"이라며 의혹 해명을 주문했다.
서울신문은 "검찰은 최근 기획 입국 관련 서신이 조작됐다는 김씨의 고소와 관련해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기회에 김씨의 추가 주장 부분들까지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신문은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여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국의 탈북자 송환과 대북 정책, 복지 정책과 예산 배분 등을 놓고 치열한 이념적·정책적 대결을 벌이는 국면"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소모적일 수밖에 없는 BBK 논란이 선거판을 흔드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이고, 유쾌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편지 내용 공개에 이어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BBK 투자자문주식회사'의 회장 겸 대표이사로 적혀 있는 명함이 나왔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11일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2008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지방법원에서 열린 BBK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경준씨 측이 증거로 제출한 명함"이라며 이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공개했다.
명함 양면 상단에는 영문과 한자로 'Myungbak Lee, Chairman' '이명박 회장/대표이사'라고 새겨져 있고, 하단에는 BBK 투자자문주식회사, LKe뱅크, eBANK 증권주식회사 등 회사 이름이 주소와 함께 적혀 있다.
▲ 경향신문 12면
이번 명함은 지난 2007년 11월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가 "2001년 직접 받은 명함"이라며 공개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위조된 것이거나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안치용씨는 "이 전 대사가 공개한 것과 동일한 명함이 미국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이 실제로 이 명함을 사용하며 BBK 대표이사로 활동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 불출마 선언…보수 세력 분열을 막아라
민간인 불법사찰과 BBK 사건과 관련한 중요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지만 보수성향 신문들이 주목한 뉴스는 김무성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있었다.
이들은 특히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의미로 보수세력의 분열을 막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동시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김 의원의 선언에 대해 "범여권이 탈당도미노와 보수분열의 급물살에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서 그는 '우파 분열의 핵'을 터트리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김 의원이 끼얹은 찬물은 갈라서는 보수진영을 당장 위축시키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다른 한편으로 "(김 의원이)탈당할 경우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불고 있는 부산에서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정치적 비난과 부담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수분열로 정권을 야당에 내주는 '원흉'이 될 위험보다는 박 위원장과 다시 손잡는 것이 정치적 득실에서 훨씬 낫다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수도권 한 친이계 의원의 말을 빌려 "김 의원이 탈당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며 "전술상 1보 후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김무성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의 영입이 힘들어지면서 친이계 의원들의 비박(非朴·비박근혜) 보수신당 창당이 힘을 받지 못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가 추진하는 비박연대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는 정 전 총리의 발언과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소식을 전하면서 "당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비박 보수신당 창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친이계는 새로운 활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관건은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선주자급 인사의 영입인데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공천 탈락에 반발한 현역 의원의 잇따른 탈당과 무소속 출마의 각자도생으로 보수세력 분열을 우려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고비가 지나간 셈"이라며 "부산 등 영남권 무소속연대의 동력이 생기려는 순간 김 의원이 잔류함으로써 제동을 걸었다"고 펴가했다.
▲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비박 세력은 부산에서 영향력이 큰 김 의원의 합류를 통해 제3 신당 창당에 불을 붙이려 했으나, 오히려 그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사설을 통해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은 물론 박근혜 비대위원장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보수의 결집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는 2005년 3월 박근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이 동조한 가운데 국회에서 행정도시법이 통과하자 "수도 분할은 심각한 국가적 재앙"이라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랬던 박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자유선진당과 힘을 합치겠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혹독히 비난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보수 우파가 이처럼 분열 위기를 맞기까지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무엇을 했는지도 답답하다"면서 "박 위원장은 공천 불공정 논란에 대해 "친이·친박 계파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국민들로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박 위원장에게 미운털이 박혔다고 알려진 정치인들만 레이저 수술 하듯 도려낸 공천 결과가 나왔는지 그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범(汎)야권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 연대(連帶) 발족으로 기세가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일 후보를 낼 범야권에 대한 지지는 새누리당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이런 처지인 마당에 보수 우파 제3 세력이 독자 후보를 낸다고 해서 그들 가운데 당선권에 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수 계열 제3 세력의 출현이 범야 후보와 접전(接戰)을 벌이는 새누리당 후보의 낙선에는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입력 : 2012-03-13 08:06:07 노출 : 2012.03.13 08:08:29출처
원문링크 : 김경준 "BBK 재판, 상상 초월할 협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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