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영방송과 민영방송(혹은 상업방송)의 차이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두 번 있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저널리즘의 영역이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관련된 경우였는데, 바로 2주 전 방영된 tvN의 <닥치고 꽃미남 밴드>와 SBS의
우선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출연한 김예림양의 사례다. 이 드라마에는 지난해 Mnet의 최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에서 상위권에 입상해 일약 유명해진 '투개월'의 김예림양이 나온다. 필자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슈스케3>에서 매력적인 음색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스무 살의 이 가수 지망생이, 한창 전문가의 지도하에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엉뚱하게도 드라마에 출연해,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기자나 종합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인 아이돌 출신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음악에만 푹 빠져 지내야 할 이 나이 어린 신인가수를 대체 누가 드라마에 출연시켜 그 음악적 재능을 낭비시키고 있단 말인가. Mnet과 tvN이 한국 케이블 텔레비전의 지형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콘텐츠 기업 CJ E&M의 계열사라는 데서 비로소 의문은 풀린다.
두 번째 사례는 SBS의
박지민양이 아무리 성숙해 보여도 그는 아직 어린 청소년에 불과하다. 청소년 출연자에 대해 방송사는 단지 법적인 측면뿐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프로그램 제작 도중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 방지뿐 아니라 그들의 감정선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조심스러운 대우와 접근 방식이 필요한데, 이들은 이날 이러한 기본을 완전히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자체 제작이 아닌 외주제작사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어느 프로그램이든 기획과 편성을 담당하는 방송사가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한국의 대중문화 생산자들은 그동안 아무 문제의식 없이 반복해온 제작의 관행들을 돌아볼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혹자는 정작 정치권력의 미디어 통제나 표현의 자유 억압 같은 중요한 이슈들은 놔두고 무조건적인 팬심을 내세워 왜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만 분노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의 두 사례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미디어그룹과 다수의 종편 채널들의 등장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징후들이다. 즉 이 사례들은 지금 심각한 내홍에 빠져 있는 공영방송의 역할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공영방송의 '다름'이 현 국면에서 얼마나 절실히 요구되는지 강력히 시사해준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원문링크 : [경향][문화비평] 상업방송의 비정함 - 김영찬 (한국외대 교수·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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