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8일 일요일

[2010.3.26. 21:22 천안함 2년] [1] 故 박 병장의 어머니, 고대녀��게 "나중에 아들 낳으면…"


유족들 지금도 숨죽여 울다
"보상금 많이 받지 않았느냐" "천안함 장병들은 패잔병" 별의별 말로 가슴 또 찢겨… 울화통 터져도 호소할 데 없어
해군기지가 해적기지라니 그들도 아들 군대 보내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일부러 오지 않았어요. 찢긴 천안함이 꼭 동생 같아서…."

16일 경기도 평택 2함대를 찾은 최영한(39)씨는 두 동강 난 천안함을 보자 고개를 숙였다. 최씨는 2년 전 천안함 폭침(爆沈)으로 전사한 최정환 상사의 누나다. 그는 이제껏 TV나 사진으로만 천안함을 봐왔을 뿐 일부러 실물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말없이 천안함을 둘러보던 그는 함미(艦尾)가 모습을 드러내자 눈시울을 붉혔다. "(정환이가) 발견된 데가 저기죠?" 최씨는 품에 안은 아들 이하윤(3)군에게 "삼촌이 우리나라를 지키려고 타던 배"라고 말했다.

이날 고(故)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4)씨도 천안함을 보러 왔다. 나씨는 "19일이 죽은 아들 스물두 번째 생일"이라며 "현민이가 보고 싶으면 이곳에 오거나 대전 국립현충원에 가서 비석을 닦아주고, 소주 한잔하고 온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유족에게 해줬으면 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와 국민이 시간이 가도 천안함 사건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안함 사건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유족들의 공통된 소망이었다. 서승원 중사의 아버지 서천석(48)씨는 "자식을 앞세웠는데 무슨 낙이 있고 바람이 있겠느냐"면서도 "사람들이 천안함 사건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故) 최정환 상사의 누나 최영한씨가 16일 경기도 평택 2함대를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그러나 조선일보가 17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천안함 사건의 발생연도(2010년)를 모르는 등 2년도 채 되지 않아 천안함 사건은 잊히고 있었다.

본지가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이 졸업한 고교와 대학 총 47개를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인 23개 학교가 올해는 추모 계획이 없거나(18개) 추모식 개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것(5개)으로 나타났다. 추도 행사를 갖는 학교가 작년보다 3곳이 줄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유족들은 상처를 홀로 삭이고 있다. 전사한 남기훈 원사의 아버지 남장우(64)씨는 "지금도 매일 아들 생각이 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통이 터지는데 호소할 데가 없다"고 했다. 남씨는 현재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으며 뇌경색으로 손발이 불편했던 어머니 김성임(59)씨는 지난 2월 무릎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지난 10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묘역을 찾은 고 안동엽 병장의 아버지 안시영씨가 아들의 묘비를 붙들고 울먹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그동안 유족들이 받은 고통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고(故) 최정환 상사의 매형 이정국(41)씨는 "'천안함 유족들은 보상금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는 말부터 '천안함 장병들은 패잔병'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아들이 희생당한 천안함의 침몰 이유를 놓고 아직도 '음모론'이 떠돌고 있는 것에 대해 "자기 자식의 일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들 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도 '천안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 장병은 "요즘도 사고 장면이 갑자기 떠올라 잠을 못 이룰 때가 많다"며 "앞으로 평생 이러는 것 아닌지 겁난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나선 김지윤씨가 최근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海賊)기지'로 부른 것도 유족들에게는 상처가 됐다. 고(故) 박정훈 병장의 어머니 이연화(50)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묻으려 해도 묻히지가 않더라"며 "그분(김씨)도 나중에 결혼해서 아들 낳으면 군대 갈 텐데 그때도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천안함 사건 이후 내 인생도 끝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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